2013년 3월 13일

국내 최고의 수재들은 어떻게 공부하는가?


최근 한국 로봇 산업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 로봇이 정부가 선정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에 선정되는가 하면, 100억원 상당의 거대한 예산이 로봇 개발 프로젝트에 지원되고 있다.
그에 따른 젊은 로봇 공학박사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인 이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바로 36세의 정우진 로봇 공학박사이다.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우진 박사는 경제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귀국 후 한국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시간들을 보내야 했지만, 그 시절 외삼촌과의 만남은 정우진 박사에게 있어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세계의 자동차 정보는 물론, 기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슴 가득 품게 만든 외삼촌의 영향으로, ‘자동차’라는 하나의 꿈을 바라보며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에까지 입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인 로봇 연구에 매달려, 1996년 일본 로봇학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 국제적으로 뛰어난 공학도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 그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지켜왔던 그만의 공부 비법은 바로 게임에 있다.
공부도 게임처럼 하자. 그런데 공부와 게임, 이 두 단어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하라’는 소리를 지겹도록 듣게 하는 것이 공부고, ‘그만하라’는 말을 듣게 하는 건 게임이다. 공부도 게임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게 된다면 성적도 빠르게 향상될 수 있지 않을까? 게임 상대로 정하고 단계별로 승부를 해서 레벨을 올려나간다면?
정우진 박사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고스란히 모아둔 자신의 게임 자료를 공개했다.
시기별로 그려진 ‘성적 향상 그래프’와 ‘시간별로 꼼꼼하게 짜여진 공부 계획표’들이 6년간의 학생생활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전교 1등을 한다’라거나 ‘이 책 한 권을 다 보겠다’라고 하면 그 목표가 너무 크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기가 어려워지겠죠? 그런데 자신이 ‘나는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이만큼 보겠다’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실천하기가 쉬워져요. 석차에 있어서도 ‘그래프를 그려서 하다 보면, 지금은 성적이 안 좋아도 지금 할 일을 충실히 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있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기고, 그래프로 작지만 상승하는 변화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자신감과 의욕이 생기게 되지요.”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실패를 통해 실력을 쌓고, 쉬운 단계부터 높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목표를 이룰 때마다 게임의 점수가 오르듯, 성적도 오르고 공부가 게임처럼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공부 게임의 상대는 객관화된 ‘나’다. 마음속으로 정해둔 경쟁 상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스릴감을 맛보는 승자는, 바로 ‘나’와 겨루어 이긴 또 다른 ‘나’인 것이다.
 
1995년 5월 ‘KBS 일요스페셜’이란 프로그램은 ‘하버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전직 미 육군 소령’의 감동적인 인생 이야기를 방송했다. ‘가발 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서진규 모녀 이야기’란 타이틀이었다.
 
그녀는 71년 20대 초반의 나이로 단돈 100달러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후 육군에 입대해 열 살이나 아래의 사병들을 제치고 ‘최우수 사병’으로 당당히 계급장을 받았다.
그녀는 주한 미군 최초의 여성 중대장을 지냈고 최초의 주일 미군 여성 장교로서도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냈다. 마흔 둘의 나이에는 하버드대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들이나 서진규 씨의 공통점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나 선생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공부는 목표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과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스스로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중요한 시기가 다 지나간 뒤에 뒤늦게 학창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서진규 씨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공부의 주인’이 되어 공부방도 따로 없고 시간도 없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간 것이다. 서진규 씨는 여러 번의 어려운 고난과 시련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굳은 의지로 잘 헤쳐 나가 좋은 결과들을 낳았다.
 
그녀의 공부 방법은 ‘짧고 굵게 하자’는 것이었다. 마치 조선무처럼 말이다. 이것이 서진규 씨가 말하는 ‘조선무식 공부법’이다.
시간이 많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진규 씨는 모래시계를 보여주며 ‘난 공부를 꼭 모래시계만큼만 했다’고 했다. 한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해서 하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집중도가 유지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15∼20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책상에 몇 시간 앉아 있는가’, ‘몇 시간 잠을 자고 몇 시간 공부를 했는가’라는 물리적 시간 양은 중요하지 않다. 짧은 시간을 하더라도 집중해서 공부를 하면 느슨하게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서진규 씨의 ‘조선무식 공부법’은 이러한 집중력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좋은 방법이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일도 해야 되고 돈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집에 와서 공부를 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서진규 씨. 그녀의 성공 비결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에 충실했던 것이고 또 하나는 하루 한 시간을 하지만 정말 몸과 마음을 다해서 그 한 시간만큼은 알차고 충실하게 공부했다는 것이다. “나의 한 시간 공부는 아마 다른 친구들의 열 시간 공부보다 훨씬 더 값지고 질과 양에서도 앞선 것 같다. 아마 내가 스무 시간 열 시간 공부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못했을 수 있다. 그 시간에 딴 짓을 하기 때문에”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요즘은 방학의 개념이 많이 변질되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방학을 학생들에게 미리 다음 학기를 가르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학 때 미리 공부를 하고 나면 오히려 학기가 시작됐을 때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이야기다. 미리 교과 학습을 하게 되면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게 되며 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수업 집중도는 매우 부정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서진규 씨의 교훈을 기초해서 보면 아이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계획적인 시간에 집중하여 스스로 공부하도록 돕는 일이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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