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네이트판] 커밍아웃하고 결혼허락맡은사연



 
전 올해 29된 여자입니다
작년겨울 언니가 결혼할사람을 저희 부모님께 보여드렸습니다
근데 저희 집에서 반대했어요
집안차이가 너무난다는이유로
언니가 데려온 남자 괜찮은사람이었어요
언니랑같은 대학 졸업하고 누구나 알만한 회사다니고 연봉도좋았어요
술담배안하고 무엇보다 둘이 사랑하고 오래사겼고..
하지만 남자쪽 집에 빚이많아서 빚갚고 결혼준비하기까지 2년정도 잡고있다는 말과
그쪽부모님께서 작은식당을 운영하신다는게
저희아버지가 반대한 이유였죠
저도 아버지 설득하려 애쓰고 언니도 애쓰고 하는데
아버지가 언니가 데려온사람한테 대놓고 자존심깍는 말을 했고
남자쪽에서 먼저 포기해서 결혼이 무산됐어요

그일을 뒤로 제가 생각이 참많아졌습니다
제가 일년넘게 사귀고 결혼생각까지 하고있는 제남자친구는
마사지샾을 운영하는(건전한) 대학 안나온 사람이예요
부모님들도 식당운영하고계시고(전 이사실이 부끄럽지도않고, 직업엔 귀천이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대학안나온사람이랑은 결혼상대자로 데려오지도 말라고 말씀하신적도있고
제가 이사람과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왠만한사람 데려와선 아버지 성에 차지않을거라는게 보였어요

여튼..언니가 그후 우울증에 시달리고 맨날 술마시고 성격자체가 굉장히 암울해졌어요
그걸보니까 전그럴수없다는 생각이 강해졌죠
꼭 제가 결혼하고싶은 남자와 하고싶었어요
아버지가 밉기도 미웠습니다..

언니가그런일이있고 둘이 술한잔하면서 생각을했습니다
언니가 자기도 그랬지만 너도 문제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걱정이됐죠 어떻게 해야할지

제가 농담처럼 던진얘기가 실현될줄 몰랐습니다

언니 나 동성애자라고 할까? 그리고 내남자친구 데려와서 결혼하겠다고 할까?
이 말도 안되는 얘기를 언니가 듣더니
처음엔 웃다가 진지해졌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엄해서 남자친구를보여준적도없고 사귄다고 말해본적도 없었습니다
그술자리 이후 몇주뒤 전 아버지께 커밍아웃했습니다 정말로
아버지가 넌지시 넌 결혼할 남자없냐고 물어보셨고 전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거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게 무슨말이냐 하셨고
전 정말로 그술자리의 농담을 진짜처럼 말했어요
전 남자와 결혼할수없을것같다고
그러니까 아버지 표정이 굉장히 굳으셨습니다
무서운 표정이기보다 뭐랄까.. 약간 벙찌신? 그러면서도 우울한 생각이 많아 보이셨습니다
다시 되물으셨어요 그게 무슨말이냐고
똑같이 말했어요 남자와는 결혼못할것같다고
옆에 듣고계시던 어머니는 그대로 얼으셨고 아버지께서도 당장 답을 못내리시겠는지
절 방으로 들어가라 하셨습니다
그뒤로 아무말도 없으셨어요 아무일도없었고..
격려도 반대도.. 그사실에대해 그저 묻혀지고 있는것처럼? 못들은척하는것 처럼?
이주정도는 약간 부자연스런 생활이었는데
그후부턴 다시 예전과 같아졌습니다

하지만 알수있었어요 아버지가 너무 심경이복잡해서 그얘기를 안꺼내시는거라는 것
답을 쉽게 내릴문제가 아니라서 지금당장은 아무말도 못하고계신다는 것을요

약구개월뒤 남자친구랑 우리 부모님뵈야하는 문제로 얘기가 나왔고 (전남자친구 부모님을 이미뵜어요)
솔직히 아버지께 남자친구 얘기를 꺼내기전에 걱정이 많이 앞섰지만
그래도 얘기를 드려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버지께 제가 먼저 넌지시 말했습니다
결혼전제로 사귀는 사람이있다구요
아버지께선 제가 커밍아웃아닌 커밍아웃한 그날과 같은 표정이셨습니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시더라구요
마사지샾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더욱 심경이 복잡해보이는 표정을 하셨어요
그러면서 이런말씀을 하더라구요

너가 나쁜것은 결코아니다 하지만 이사회는 아직 널 모두 받아드릴수없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그렇다 굉장히 힘들것이다
약간 강경하게 안된다는 식이셨죠

제가 말했어요 그사람 군대나온 남자라고
저도 그걸알고있기때문에 어렵지만 이사람이 날사랑하고
그래도 가장 나와맞는 남자이고 어차피 결혼하면 정으로 믿음으로 사는건데
나또한 어렵게 살마음이 없다고

아버지께서 표정이 눈에 띄게 풀리셨습니다 어머니도 그동안 눈도 못드시더니
제얼굴을 보고계셨고
아버지께서 제가 사귀는 사람과 저녁 약속잡으라고 하셨고 그렇게하겠다고 했습니다

일사천리였습니다
그사람의 직업도 대학도 집안도 따지지않고
삼주내로 상견례를 잡자고 말씀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상견례는 미뤘어요 제가 ㅎㅎ (이유는 아래에 쓸게요)

언니와 술자리에서 한 농담이
아버지껜 무척이나 죄송하지만. 전 대학안나오고 집에 빚있는남자와 살용기는있어도
사랑하지 않는사람과 살아갈 용기는 없는 여자예요
아버지의 반대가 저와 언니를 위한 마음인건 알겠지만
보통평범한 사람들과 비교해봐도 너무 엄격했고 너무 그 턱이 높았기때문에
이런 서프라이즈에 나올만한 거짓말을 할수밖에없었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그남자와 다시 만나고있습니다
제가 언니 결혼한뒤에 저도 하겠다고 했고 아버지또한 그전부터 언니먼저가고 가라고 하셨기때문에
그말을 지킬생각입니다 그래서 상견례 날짜도 미뤘구요 ㅎㅎ
뭐.. 제가 때린 돌직구때문인지 몰라도 언니와 그남자가 다시사귀는걸 아시면서도 아버지 모른척하고 계시네요
아마.. 제가 제남친과 결혼에대해 불안해진다고 떡밥던지면 언니먼저 보내줄것같기도합니다
하하하..

제이야기는 여기까지구요
그 폭풍전야같던 일들이 벌써 한달이 다지나갔네요

아 제가 집에 이런 블록버스터 급 거짓말을 친건 제 예랑이도 모릅니다 ㅎㅎ
나중에 컬투쇼같은데 글올려야겠네요 ㅋㅋㅋ
글을 어떻게 끝내지..

행복하세요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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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다읽어봤는데요
글로는 다쓸수가없지만 저희아버지는 정말 별나세요
저더러 넌 취업하지말고 집에서 클레식듣고 요리배우다가 아부지가 정해준사람한테 시집가라고하다가
이걸로 몇개월을 싸웠는지몰라요
식당요? 제가 그식당에서 일하는건 아부지 상상도 못하세요
그냥 아부지는 그런격차때문에 아버지가 창피하다 . 이겁니다
이런아버지 생각을 바꾸려고 무던히 얘기해봤지만 속수무책이셔요
아버지도 말씀하셨는데 언니가 데려온남자 성품이나 개인으로 봤을땐 사위로 손색없다셨습니다
제남자친구 소개했을때에도 같은말씀을 하셨지요 물론 제남자친구 가정에는 불만이있으셨습니다
저희집이 가문대대로 잘사는 집이아니라 아버지가 스스로 일으켜서 바닥부터 악착같이 올라온그런집인데 아버지가 어렵사리 잡은 부를 더욱 키우고싶어하시는 야망가세요
그게 저희 딸부터 비롯됐음 하는 바램이 아주 크시구요
이런아버지가 멋져보이기도 하지만 결혼만큼은 아닙니다
이거짓말이아니였다면 괜찮은 집에 전혀 모르는 남자와 연애한번 안해보고 냅다 결혼할판이였어요 정말로 저희언니는 지금 이남자아니면 결혼안한다고 아예 맘을 정해논상태였구요
아버지한테 휘둘려서 결혼하고 후회한다는 글을 보면 어떤댓글을 쓰실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아래 장난조로 쓴건 죄송하지만 제진심이라기보단
아버지랑 다투고 말도많고 탈도많은 날이 지난것에대한 안도로 쓴거였지
정말 컬투쇼같은데 보낼생각은 없죠
여튼 글이 서투니까 오해가 많은것같기도하고..죄송합니다
수많은 악플이 달려도 전제인생 찾은것같아서 다행입니다
아버지 가슴에 못안박았어요
당당하게 행복하게 사는모습보여드릴겁니다




http://pann.nate.com/talk/31815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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